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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증상 감정을 느끼지 못할 때 감정 마비의 심리학

by 산물가 2025. 4. 7.

트라우마 후 나타나는 '감정 마비' 현상의 심리적 원인과 증상을 심층 분석합니다. 감정이 사라진 듯 무감각해지는 이유, 뇌의 방어기제, 트라우마와의 관계, 그리고 회복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까지 심리학적 시선으로 알아보세요.

1. 트라우마 이후 찾아오는 감정 마비의 정체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감정이 사라진 듯한 느낌' 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호소한다. 심리학적으로 이를 ‘감정 마비(emotional numbness)’라고 하며, 정서적으로 둔감해지고 일상적인 감정 표현조차 어렵게 만드는 상태를 말한다. 감정 마비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심리적 고통이 극대화된 상태다. 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흐름이 차단된 것으로, 트라우마로 인해 극심한 고통과 불안이 발생했을 때 뇌가 보호 차원에서 감정을 차단하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즉, 더 이상의 고통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 심리적 보호 장치로 감정을 '꺼버리는' 현상이다. 감정 마비가 지속되면 개인은 슬픔이나 기쁨 같은 일상적인 정서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도 공감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자신이 왜 무감각한 상태에 빠졌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과 좌절을 겪는다. 흔히 이러한 상태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주요 증상 중 하나로 나타나며, 감정 자체가 없어진 게 아니라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감정 접근을 차단한 상태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는 일상생활과 대인관계를 방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2. 왜 감정이 차단되는가? – 뇌의 자기 보호 메커니즘

감정 마비는 심리적 원인뿐 아니라 뇌의 신경학적 반응으로도 설명된다. 강력한 외상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뇌는 이를 생존에 위협이 되는 위급한 상황으로 인식하게 된다. 특히 트라우마 상황에서는 편도체와 같은 뇌의 공포 중추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며 극단적인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결국 뇌는 감정을 차단함으로써 과부하 상태를 막으려 한다. 이는 일종의 뇌의 자기 보호 메커니즘이다. 또한, 감정을 처리하고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과 해마 영역이 트라우마로 인해 손상되거나 기능이 저하되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로 인해 사건 이후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게 되며, 결국 감정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어 방법이 된다. 이러한 무감각 상태는 처음에는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적 고립, 우울, 불안 등의 다른 정신적 문제로 연결된다. 결국 감정 마비는 개인이 더 큰 상처를 받지 않도록 뇌가 선택한 일시적 방어책이지만, 지속될 경우 회복을 어렵게 하고 삶의 질을 현저히 낮추는 문제로 남는다.

3. 감정 마비가 개인의 삶과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

트라우마로 인한 감정 마비는 단순히 개인 내면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삶의 모든 영역에 악영향을 준다. 우선 감정 마비 상태의 개인은 주변 사람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기 어렵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능력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친밀한 관계에서 상대가 사랑이나 관심을 표현할 때 이를 느끼거나 반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감정 표현이 줄어들면 주변 사람들은 그를 차갑거나 무관심한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고, 이는 관계 단절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게 된다.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생활에서도 감정 표현 능력이 떨어지면 주변 사람들과 갈등이 발생하거나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이나 죄책감, 심지어 자기혐오까지 발전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태가 우울증이나 만성적 불안장애, 중독 문제와 같은 추가적인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다. 트라우마로 인한 감정 마비가 개인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더욱 깊고 복합적인 고통으로 이어지면서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

4. 감정 마비에서 벗어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 마비 상태가 된 사람들도 회복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감정 마비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현재 상태가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무리하게 억지로 감정을 느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이 차단된 이유를 이해하면 자신을 향한 비난과 죄책감이 줄어들고,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통해 트라우마의 근본적 원인을 다루고, 감정을 안전한 환경에서 천천히 다시 느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EMDR(안구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 인지행동치료(CBT), 신체 중심의 심리치료(Somatic Therapy)는 감정 마비를 완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감각을 자극하는 명상이나 요가, 자연 속에서의 산책, 음악 치료, 미술 치료와 같은 예술적 접근도 뇌의 감정회로를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감정 마비는 트라우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임시적 메커니즘일 뿐, 영구적인 상태가 아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접근한다면 누구든지 다시 건강하게 감정을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