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단순한 과거의 상처를 넘어 현재의 불안, 우울, 회피 행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이 어떻게 현재의 정서적 고통으로 이어지는지를 심리학적으로 생각해 보고, 이를 인식하고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감정과 무의식을 이해하고 회복으로 나아가는 길을 소개 해보겠습니다.
1. 감정의 연결고리, 트라우마를 다시 바라보다
우리는 종종 현재 느끼는 불안이나 우울을 단순한 스트레스나 기분의 문제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서적인 문제의 뿌리를 깊이 들여다보면, 그 시작이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회피 행동, 설명하기 힘든 무기력, 혹은 이유 없이 불안한 감정은 모두 무의식에 남아 있는 트라우마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는 사람도, 과거에 충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다면 어느 순간 감정이 폭발하거나, 특정한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상담 사례에서도, 직장 내에서 상사의 말에 쉽게 위축되는 한 내담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반복된 비난 경험이 회피와 불안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트라우마는 기억 그 자체보다, 그 기억이 뇌와 신경계, 감정 회로에 남긴 흔적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문제의 시작을 정확히 인식하고, 감정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2. 트라우마가 감정 반응을 왜곡시키는 방식
트라우마는 뇌의 구조와 신경 회로에 강한 영향을 미치며, 특히나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킵니다.
뇌의 편도체는 위험 감지와 공포 반응을 담당하는데,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의 경우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사소한 자극에도 강한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전두엽의 조절 기능이 약화되면서 감정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과거와 유사한 상황이 재현되면 뇌는 즉각적인 방어 반응을 일으키면서 곧 불안, 분노, 혼란 등의 감정 폭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새로운 사회적 집단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긴장과 회피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어 반응은 반복될수록 감정적 피로감을 유발하고, 결국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성과 내면의 자기 비난이 심화됩니다.
이처럼 트라우마는 감정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쳐 ‘나는 무가치하다’,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각인되면서 이는 우울의 핵심 요소가 되어 무기력과 삶의 회피로 이어집니다.
3.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회복의 첫걸음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은 단순히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진정한 치유는 그 트라우마가 현재의 감정, 사고,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내가 불안하거나 관계를 회피하고 있다면, 그것이 단순한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에서 비롯된 생존 방식이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실제로 한 내담자는 늘 연애에서 회피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상담을 통해 과거 부모의 불안정한 이혼 과정에서 형성된 애착 불안을 인식하고 나서야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감정을 억제하거나 외면하기보다 정직하게 마주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감정 일기 쓰기, 심리 상담, 명상, 예술 치료 등은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고 내면의 상처를 돌볼 수 있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또한 ‘회피’라는 반응 뒤에 숨어 있는 두려움과 고통을 이해하고, 그 감정에 따뜻하게 반응해 줄 수 있는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이 회복의 핵심입니다.
트라우마는 반복될 수 있지만, 그 고리를 끊는 힘은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지금의 감정 반응을 이해하고, 그것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진정한 회복은 시작됩니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보도록 한걸음 나가봅시다.